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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years ago

특이점으로 치닫는 신의 기술,
사피엔스는 스스로의 한계를 초월할 것인가

“유전자 편집 기술은 인간의 도덕성에 도전하는 한편,
놀라운 기회를 동시에 만들어낼 것이다.”_월터 아이작슨(《스티스 잡스》 작가)

저자에 따르면, 이제는 크리스퍼 실험실을 230만 원 정도면 차릴 수 있고, 15만 원이면 유전자 편집 키트를 구매할 수도 있다. 누구나 상상력만 있으면 이른바 생명체에 대한 ‘지적설계’를 시도할 수 있는 것이다. 가격 자체가 3세대 유전자가위의 혁신인 셈이다.
이는 양면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만약 어느 미친 과학자가 키메라를 만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특히 인간 배아에 기술이 적용될 때, 이 문제는 심각해진다. 불멸의 인간, 슈퍼 휴먼은 매혹적이면서 위험하다. 저자 제니퍼 다우드나는 무분별한 크리스퍼 사용의 위험성을 진지하게 맞닥뜨리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녀는 자신이 열어젖힌 판도라의 상자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며, 원자폭탄 발명의 선례를 중요하게 참조한다. “‘원자폭탄의 아버지’ 오펜하이머의 말은 내게 양심의 가책을 더할 뿐이었다. 어쩌면 먼 훗날 우리는 크리스퍼와 유전자 변형 인간에 관해 똑같이 말할지도 모른다. 인간 유전자 편집이 핵무기 투하와 맞먹는 재앙을 부르지는 않겠지만, 크리스퍼 연구를 뒤돌아볼 새 없이 서두르는 상황은 여전히 좋게 보이지 않는다.”(275쪽)
제니퍼 다우드나는 이런 인식 아래 2015년에 ‘국제 인간 유전자편집 회의’를 이끌었다. 과학자뿐만 아니라 철학자, 정치인, 법률가, 역사가 등이 두루 참여하여 폭넓은 토론을 진행했다. 이 책의 한국어판 서문을 쓴 김진수 서울대 교수도 이 회의에 초청을 받았다고 한다. 그만큼 크리스퍼 기술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확립하는 것이 학제적, 국제적 현안임을 나타낸다. 이 책은 그와 관련한 주요 논점들을 짚어가며 윤리적인 논의를 강력하게 촉구한다.

세계는 지금 크리스퍼 특허 전쟁 중!
한국은 반도체 이후에 무엇이 있나

크리스퍼 기술은 단순한 과학 기술이 아니다. 사회적인 합의 없이는 연구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어디까지 연구를 허용할 것인가, 라는 문제가 매우 중요하다. 한국의 경우 2000년대에 황우석 사태를 맞으면서 극도로 연구가 위축되었다. 해당 기술에 대한 사회적인 신뢰가 무너지면서 생명공학 전반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고, 이는 강력한 규제로 귀결되었다. 그리고 그사이, 미국이 연구를 확장해나갔다.
현재 크리스퍼 기술은 상용화에 매우 근접해 있고, 엄청난 산업 규모가 예상됨에 따라 각 연구소 간에 치열한 특허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제니퍼 다우드나는 이 책에서 특허 관련 이슈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있지 않지만, 그녀도 중요한 당사자로서 ‘세기의 특허전’의 한가운데 서 있다. 저자가 이 책에서 윤리적 문제에 특히 주목하는 까닭은 한국의 상황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녀는 크리스퍼 기술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확보하고 싶은 것이다. “사실 농업계에서 일어나는 특정 형태의 유전자 변형에 대해 널리 퍼진 불안과 반감을 생각할 때, 나는 생식세포 편집에 관한 대중의 정보 부족으로 크리스퍼를 더 안전하고 중요하게 사용하려는 시도가 방해받지 않을까 특히 우려하게 되었다.”(275쪽)
한국은 현재 크리스퍼 기술 세계 톱3로 여겨진다. 서울대 김진수 교수는 기초과학연구원 유전체교정연구단을 이끌면서 세계적인 기술을 확보했다. 그는 이 책의 추천 서문에서 역시 대중적인 토론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이 책이 국내에 번역 출판되는 것을 계기로 이제 우리 사회도 유전자가위 기술이 만들어가게 될 미래에 대해 전문가들과 일반인들이 함께 공부하고 토론해서 시대착오적이고 부적절한 규제는 폐지하고 합리적인 대책을 마련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10쪽) 생명공학 기술에 대한 원칙적인 반대 입장은 윤리적으로 안전하다. 하지만 그렇게 단순하게 논의를 틀어막을 때의 비윤리와 어리석음에 대해 생각해야 할 시점이다.

한국어판 특별 추천 서문 수록
김진수 서울대 교수, 툴젠 창업자

“몇 년 전만 해도 크리스퍼 또는 유전자가위는 극히 일부의 생명과학자들 사이에서만 사용되는 학술 용어로서 일반인들은 물론이고 대다수 생물학자들에게도 생소했다. 하지만 이제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만큼 세간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크리스퍼가 온다》는 이 도구의 작동 원리를 최초로 규명한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의 제니퍼 다우드나 교수가 그 경험담을 소개한 책이다. 더 나아가 저자는 이 도구가 인류에게 가져올 혜택과 변화, 윤리적 함의에 대해 과학자는 물론이고 일반인들도 함께 고민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탁월한 여성 과학자의 연구 성장기
옮긴이는 이렇게 봤다

“생물 기전에 대해 세세하면서도 적당히 가지를 쳐낸 제1부를 번역하면서 매끄럽게 설명한 글솜씨에 감탄하기도 했지만, 가장 인상에 남은 구절은 다우드나 교수가 대학생 시절 처음 연구실에 들어선 순간을 묘사한 문장입니다. 고요한, 그러나 열정의 냄새를 맡을 수 있는 하와이대학교의 연구실을 묘사한 이 대목은 제3장의 도입부에 불과하지만, 내가 처음 연구실에 들어섰던 순간이 떠올라 아련한 향수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마 다우드나 교수도 그런 향수에 젖은 순간에 그 문장을 쓰지 않았을까요.
또 본문에 생화학 실험기법에 관해 간략하게 서술하는 부분이 드문드문 나오는데, 그런 부분을 번역할 때는 나도 모르게 실험실에서 일하던 때를 떠올리면서 웃었습니다. 사실 웃음이 나오는 기억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요. 실험 결과가 뜻대로 나오지 않아 처진 어깨를 하고 독일로 돌아갔을 미치의 뒷모습도 실험실에서 흔히 볼 수 있던 풍경이라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실험실에 머물렀던 사람에게는 추억을 일깨우는 스위치가 되는 이런 문장이나 설명이, 책을 통해 이 세계를 들여다보는 다른 이들에게는 신기한 세계가 현실로 겹쳐지는 스위치가 되리라고 생각하니 묘한 기분이 듭니다.”

[책속으로 추가]

179쪽 크리스퍼가 알려진 지 몇 년 안에, 크리스퍼는 세균성 마름병 내성을 부여하기 위해 쌀 유전자 편집에 이용되었고, 곧이어 옥수수, 콩, 감자에 제초제 저항력을 부여하는 데도 사용되었다. 갈변현상에 강하고 출하 전에 상하지 않는 버섯을 생산하는 데도 이용되었다. 과학자들은 크리스퍼를 사용해서 오렌지 게놈을 편집하기도 했으며, 이제는 크리스퍼로 미국 감귤류 농업을 세균성 식물 질병인 황롱빙에서 구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한국 과학자 김진수 연구팀은 바나나 유전자를 편집해서 토양 곰팡이의 확산으로 위협받는 캐번디시 바나나가 멸종되는 상황을 막으려고 한다.

200쪽 크리스퍼는 과학자가 더 섬세한 유전자 통제 기술로 형질전환 동물을 창조해서 생물약제 의약품 생산을 더욱 개선할 수 있게 한다. 예를 들어, 돼지를 대상으로 한 실험은 크리스퍼가 돼지 유전자를 그에 대응하는 사람 유전자로 대체해서, 유전자가 암호화한 치료용 단백질을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202쪽 크리스퍼를 포함한 신기술은 돼지를 이용해서 사람에게 이식하기 적합한 장기를 생산하는 방법을 제공한다. 유전자 편집은 이제 사람의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돼지 유전자를 억제하고, 돼지 게놈에 숨어 있다가 장기이식 중에 튀어나와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는 돼지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데 이르렀다. (…) 목표는 주문에 맞춰 생산하는 ‘이식용 장기를 무제한으로 공급’하는 것이다.

205쪽 손쉬운 유전자 편집 기술 덕분에 소비자는 어떤 종의 개든 원하는 취향을 강화하도록 주문할 것이다. 또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유전자 조작으로 뿔 없는 소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면, 말에게 뿔을 만드는 데 이 기술을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207쪽 크리스퍼는 멸종 동물을 복원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을 제공한다. 소설과 1993년 할리우드 영화로 제작된 [쥬라기 공원]에서 묘사한 공룡 복원 계획과 크게 다르지 않다.

216쪽 모기가 특정 병원균을 전파하는 상황을 예방하든지 모기를 모두 없애버리든지 간에, 크리스퍼를 기반으로 한 유전자 드라이브는 널리 퍼진 모기라는 위협에 대항하는 최선의 무기가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크리스퍼 같은 유전자전략은 독성이 있는 살충제보다 안전할 수 있고, 생물 문제를 생물학으로 해결한다는 매력이 있다.

222쪽 앞으로 2년쯤 후면 과학자들은 크리스퍼를 이용해서 살아 있는 생쥐의 근육위축증을 치료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간 대사장애를 치료하게 된다. 한편으로는 환자 조직 표본에서 유래한 인간 세포를 배양해서, 수백 명의 과학자가 끝없이 늘어나는 파괴적인 유전 질병과 연관된 DNA 돌연변이를 크리스퍼로 교정할 것이다. 겸상적혈구병부터 혈우병, 낭포성섬유증, 중증 복합형 면역부전증에 이르는 모든 병이 대상이다.

230쪽 유전자 편집은 환자가 줄기세포의 기증자인 ‘동시에’ 수여자가 되므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의사가 환자의 골수에서 줄기세포를 분리해서 베타글로빈 유전자 돌연변이를 크리스퍼로 교정한 뒤, 편집한 세포를 환자에게 집어넣으면 기증자 부족 문제나 환자와 이식된 세포 사이의 면역거부반응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242쪽 크리스퍼 이전의 유전자 편집 기술과 달리, 게놈 속 목표 유전자의 새로운 20개 염기 서열에 크리스퍼를 안착시키기 위한 설계 과정은 아주 단순해서 고등학생도 할 수 있다. 사실은 너무 단순한 일이라 컴퓨터 프로그램으로도 할 수 있다. 과학자는 이제 컴퓨터과학과 유전자 편집을 연계해서 게놈의 가장 깊은 곳을 조사하고, 사전정보 없이도 새로운 암 연관 유전자를 탐색한다.

253쪽 크리스퍼 기술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크리스퍼가 치료법으로 언급되지 않은 질병을 찾기가 어려울 지경이다. 사실상 특정 돌연변이나 DNA 서열의 결함이 있는 모든 병은, 원칙적으로 크리스퍼를 이용해 돌연변이를 교정하거나 손상된 유전자를 건강한 서열로 바꿀 수 있다.

254쪽 나는 최소한 인간 생식세포의 유전자 편집이 일으킬 문제에 대해 충분히 생각하기 전까지는 우리 후손의 게놈을 영구히 변형하는 데 크리스퍼 기술을 사용하는 행동을 금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관련된 안전 문제와 윤리 문제를 더 깊이 이해하고, 더 많은 이해관계자가 논의에 참여하기 전까지는, 과학자들은 생식세포에 손대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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