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의 감정, 다니엘 오프리, 의료에서 공감이 중요하다, 공감이 천성적인 것인가 학습, 의대생 임상교육, 생사가걸린 일의 두려움, 밤낮없이 찾아오는고통과슬픔, 환자보는의사의 시선

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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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자/의학박사
저자 다니엘 오프리 Danielle Ofri
의학박사. 뉴욕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뉴욕 벨뷰 병원에서 20년 이상 의사로 근무했으며, 감정이 의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와 저술을 이어왔다. 《한낮의 우울》의 작가 앤드류 솔로몬은 〈가디언〉지에 기고한 글에서 “오프리는 비범한 차세대 의사 작가 중 유일한 여성 작가다. 자신이 쓴 책과 칼럼에서 의사와 환자의 공감을 계속 강조해왔으며, 환자의 신체뿐만 아니라 감정적인 부분까지 깊이 살펴보려는 의지를 보여주었다.”고 강조하였다. 미국 여러 의과대학과 종합대학, 레지던트 과정에서 그녀의 책과 글을 교육과정에 활용하고 있다.
벨뷰 문학 리뷰의 편집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뉴욕타임스〉에 정기적으로 글을 쓰고 있다. 지은 책으로 《What Patients Say, What Doctors Hear》 《Medicine in Translation》 《Intensive Care》 등이 있다. 닫기
역자 : 강명신
역자 강명신
강릉원주대학교 치과대학 교수. 연세대학교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보건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동 대학 철학과 박사과정에서 윤리학을 공부했다. 박사과정 수료 후 철학과 강사로 윤리학개론과 의료윤리 등을 가르쳤고,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과 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에서 연구교수를 지냈다. 현재 강릉원주대학교 치과대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의료윤리와 생명윤리 등을 가르치고 있다. 옮긴 책으로 《환자가 된 의사들》 《신이 절대로 답할 수 없는 몇 가지》 《생명의 윤리를 말하다》 등이 있다. 닫기
목차
머리말 _ 감정이 의료를 좌우한다

1. 서로 공감하지 못하는 의사와 환자
다른 모든 인간관계와 마찬가지로 의사-환자 관계도 이해하고 공감할수록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의사와 환자 사이에 놓인 여러 장벽들이 공감을 방해한다. 고통 받는 환자의 처지를 공감하고 더 나은 치료를 이끌어내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줄리아 이야기 1

2. 환자를 보는 의사의 시선
아픈 사람들을 돕겠다는 마음으로 의사의 길을 선택한 사람들. 그러나 숨 막히는 의료현장에 머무는 동안 환자의 고통에 대한 공감의식이 소멸해가는 경우도 많다. 왜 그럴까? 환자를 보는 의사의 시선에 영향을 끼치는 문제들을 살펴본다.
──줄리아 이야기 2

3. 생사가 걸린 일의 두려움
자신의 판단이 타인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은 큰 압박이자 두려움이다. 두려움이 판단을 흐리게 해서도 안 되지만, 생사가 걸린 일을 하는 사람에게 두려움이 없어서도 안 된다. 건강하고 올바른 의료를 위한 의사의 두려움에 대해 생각해본다.
──줄리아 이야기 3

4. 밤낮없이 찾아오는 고통과 슬픔
함께 대화하고 치료의 길을 찾던 환자의 죽음은 의사에게 쓰디쓴 고통과 슬픔을 남긴다. 그리고 그런 일이 매일 매 순간 밤낮없이 찾아온다. 고통과 슬픔은 때때로 의사를 무너뜨리고 다른 환자들의 치료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줄리아 이야기 4

5. 실수와 자책 그리고 수치심
의사들은 스스로 완벽하기를 바란다. 환자들도 의사가 완벽하기를 기대한다. 한 번의 실수가 큰 불행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큰 기대를 온몸으로 받고 있는 사람에게, 실수는 스스로에 대한 가혹한 비난과 고개를 들 수 없는 수치심으로 이어질 수 있다.
──줄리아 이야기 5

6.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회의와 환멸
밤낮없이 돌아가는 병원의 일상. 하루도 편히 쉬지 못하고, 마음 편히 잠들지도 못하는 의사들은 번아웃이나 환멸감에 시달리기도 하고, 그토록 바랐던 의료인의 길을 포기하기도 한다. 더 나은 의료를 위해 의사의 번아웃과 환멸감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 것인가?
──줄리아 이야기 6

7. 의료소송과 좌절감
의사의 삶은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법적인 분쟁과 그로 인한 좌절감의 위협 앞에 놓여 있다. 소송을 피하려는 마음이 의사들의 위험 회피 경향을 만들고, 이는 치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의료분쟁을 최소화하고 의사의 좌절감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줄리아 이야기

맺음말
감사의 글
참고문헌
추천사
뉴욕타임스
긴장되고 생생한 글 … 독자들을 옴짝달싹 할 수 없게 만든다
보스턴글로브
고군분투하는 의사의 내면으로 떠나는 매혹적인 여행
제롬 그루프먼(하버드 의과대학 교수)
과학과 영혼이 만나는 곳으로 데려다 준 책
빌 마나한(의학박사)
50년을 가정의학 전문의로 일했지만, 책을 읽는 내내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책 속으로
지금, 이 환자의 나쁜 냄새가 나를 힘들게 한다. 그리고 살아 있는 모든 것에 대해 가졌던 어린 시절의 열정이 저 바퀴벌레를 보고 나서는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밑바닥에서부터 역겨움이 일었고, 그 어떤 합리적인 생각으로도 잠잠해지지 않았다.
3분 쯤 지났을까? 간호조무사 한 사람이 나타났다. 나이가 좀 있는 아이티 출신 여성이었다. 그녀는 곧장 환자에게 다가가서 손을 붙잡았다. 그리고 따뜻하게 이야기했다. 나는 그녀가 환자와 눈을 맞추는 모습을 멍하니 지켜봤다. 다른 한 손으로는 엉겨 붙은 부스스한 머리를 쓰다듬었다.
환자가 천천히 일어섰다. 그리고 간호보조사에게 몸을 기울였다. 그녀는 환자를 부축해서 샤워실로 향했다.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면서…. 그렇게 그들이 데스크를 지나갈 때, 환자를 격려하는 소리가 들렸다. 샤워하고 나면 기분이 조금 나아질 거예요. 새 옷을 가져다줄게요. 간호조무사의 팔이 환자의 어깨를 보듬고 있었다. 조용한 장소를 알고 있어요. 걱정하지 말아요. 내가 옆에 있을게요.
나는 여전히 책상 뒤에 숨은 채였고, 경외심으로 가득했고, 몹시 부끄러웠다. 나에게서 멀어질수록 강렬하던 냄새도 점점 사라져갔다. 이제 숨을 쉴 수 있었다. 그날 나는 책상 뒤에서 의학에 대해 아직 배울 게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_ [서로 공감하지 못하는 의사와 환자] 중에서

5번 베드 주위에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사람들을 밀쳐 내고 침대 머리맡으로 다가갔다. “제가 내과 책임자입니다.” 긴장한 티가 나지 않게 소리를 꾹 눌러 말했다. 그 다음부터는 뇌가 쪼개진 것 같았고 머릿속이 캄캄했다.
레지던트가 여러 가지 사실들을 보고했다. 환자는 72세의 남성으로 당뇨와 관상동맥 질환을 앓고 있다. 작년에 뇌졸중과 폐렴으로 입원했고, 항생제 알러지 반응과 신부전 병력이 있다. 3일 전에 울혈성 심부전으로 내과 중환자실로 이송되었으며, 지난밤 열이 치솟았고, 섬망이 있었지만 말은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반응이 없다. 맥박은 희미하게 유지되고 있으며, 혈압은 70으로 떨어져 있다.
아니, 아마 그렇게 이야기했던 것 같다. 그가 말을 끝낸 지 20초 밖에 되지 않았는데, 20년은 지난 것처럼 아무 것도 되뇔 수 없었다. 그의 말들이 내 머릿속에서 갈 길을 잃고 사라져버린 것만 같았다. ‘말 좀 해봐’ 나는 스스로에게 애원했다. “흉부압박.” 드디어 입을 열었다. “산소를 계속 주세요. 라인 연결하고 심전도 체크하세요.”
‘바보가 아니고서야 이런 환자를 살리는 기본사항 쯤은 다 아는 거잖아. 그런데 뭘 해야 하지?’ 머릿속이 뒤죽박죽 엉켜서 패닉 상태가 되어버렸다. 전문심장소생술? 연수 때 배운 게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 때 배운 프로토콜은 모두 다 논리적이었고, 마네킹 실습을 할 때는 너무 쉽고 간단해서 웃음이 날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 이 사람, 실제로 살아 있는 사람, 내가 키를 쥔 바람에 더 오래 살기 힘들 것 같은 사람 앞에 서자 그 때 배운 프로토콜의 매듭이 하나도 풀리지 않았다. _ [생사가 걸린 일의 두려움] 중에서

환자들에게 발생하는 심한 당뇨병 합병증을 조사한 결과, 공감 점수가 높은 의사에게 진료 받은 환자들이 공감 점수가 낮은 의사에게 진료 받은 환자들보다 합병증 발생률이 40%나 낮았다.? 이 정도면 집중적인 당뇨 치료에 필적할 만한 결과다. 집중적인 당뇨 치료에서는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공감이 높은 의사에게 치료 받은 환자들 중에는 이상 반응이 나왔다는 기록이 없었다.
의사가 환자의 이야기를 잘 들었기 때문인지, 다른 의사들이 놓친 중요 사항을 놓치지 않았기 때문인지, 환자들이 더 안정감을 느끼고 치료를 위해 자기가 할 바를 더 잘 했기 때문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무엇에 기인하여 일어났는지는 분석하기 어렵지만, 그걸 꼭 하나의 원인으로 몰고 가는 환원주의자가 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오슬러 경은 병리학자이기도 했지만 내과 의사이기도 했다. 그는 스펜서의 말처럼 카데바도 많이 봤지만 환자 진료도 많이 했다. 그가 남긴 유명한 말이 있는데, 아마 히포크라테스가 했던 말을 반복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중요한 건 어떤 환자가 질병에 걸렸는지 아는 것이다. 환자가 어떤 질병에 걸렸는지 아는 것은 그보다 덜 중요하다.” 나는 이 말이 공감에 대한 그 어떤 정의보다도 탁월한 조작적 정의라고 생각한다. _ [환자를 보는 의사의 시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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