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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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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작이라는 사람은 발해군(勃海郡)① 정인(鄭人)②이다. 성은 진(秦)씨이고 이름은 월인(越人)이다. 젊었을 때 여사(旅舍)의 관리인이 되어 살았다. 여사의 손님 중에 장상군(長桑君)이란 사람이 들리곤 했다. 유독 편작만이 그를 기인이라고 여겨 항상 공경하는 태도로 모셨다. 장상군도 역시 편작이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장상군이 편작의 여사에10여 년을 드나들다가 어느 날 편작을 은밀히 불러 자기 앞에 앉히고 말했다.

「나에게는 의술에 대한 비방(秘方)이 있다. 내가 나이가 이미 늙어 그것을 그대에게 전해주려고 한다. 그대는 절대 이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발설하지 말라.」

「삼가 말씀을 따르겠습니다.」

이어서 장상군이 품속에서 주머니를 꺼내어 그 속에 든 약을 편작에게 주면서 말했다.

「이 약을 먹을 때 풀잎에 맺힌 이슬을 받아서 함께 마시면30일 만에 모든 사물을 꿰뚫어 볼 수 있다.」

장상군이 그의 비방이 적힌 의서를 모두 편작에 건네주고는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장상군은 아마도 보통사람이 아니었음이 틀림없다. 편작이 장상군의 말대로 그 약을 복용한지30일이 되자 담장 뒤의 사람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 능력으로 병자를 진료하자 오장육부와 병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볼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진맥을 잘 보는 명의로 이름을 얻게 된 편작은 의원이 되어 제(齊)나라와 조(趙)나라 사이를 오가며 사람들의 병을 치료했다. 편작이라는 이름은 그가 조나라의 있을 때 얻었다.

때는 당진(唐晉)의 소공(昭公) 때이다. 소공은 기원전532년에 즉위하여526년에 죽는 당진의 군주이다. 당시 당진의 국내 정세는 여러 대부들의 세력이 강해지고 공실의 세력이 약했다. 대부 조간자(趙簡子) 앙(鞅)이 당진의 정권을 잡아 전단하고 있었다. 조간자가 병이 들어5일 동안이나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자 당진의 대부들이 두려워하여 편작을 불러 살펴보게 했다. 편작이 당도하여 조간자를 한 번 쳐도 보고는 밖으로 나갔다. 조간자의 가신 동안우(東安于)③가 뒤따라가서 묻자 편작이 대답했다.

「조공(趙公)의 혈맥이 이미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여러분들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옛날 섬진(陝秦)의 목공(穆公)이 이와 같은 병에 걸렸다가7일 만에 깨어난 적이 있었습니다. 잠에서 깨어난 목공(穆公)이 곁에 있던 공손지(公孫枝)④와 자여씨(子與氏)⑤ 삼형제에게 말했습니다.

『나는 상제(上帝)가 살고 있던 곳에 가서 매우 즐겁게 지내고 왔다. 내가 그곳에서 오래 머물렀던 이유는 마침 배워야할 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상제가 나에게 ‘앞으로 당진에서 큰 난리가 나서 오세(五世)⑥에 이르도록 안정되지 못하다가 후에 영명한 군주가 나타나 패주의 자리에 오르게 되나 그 패주(覇主)는 얼마 살지 못하다가 죽고 그의 아들이 장차 천하를 호령하면서 너의 나라 섬진(陝秦) 사람이라면 남녀 구별 없이 죽이게 되리라!.’라고 말했다.』

공손지가 목공의 말을 받아 적어 보관했습니다. 당진은 헌공(獻公) 때 내란이 일어났고, 문공(文公) 때 패주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문공의 아들 양공(襄公)은 섬진의 군사들을 효산(殽山)의 험지에서 전멸시키고 개선한 후에 음란한 생활을 했습니다. 이것은 여러분들도 들어서 익히 알고 있는 일입니다. 지금 조공의 병도 이와 같으니3일이 지나기 전에 깨어나 병이 나아, 그때 필시 여러 대부들에게 전하는 말이 있을 것입니다.」

이윽고 이틀하고 한나절이 더 지나자 조간자(趙簡子)가 깨어나서 여러 대부들에게 말했다.

「나는 상제가 있는 곳에 들러서 매우 즐겁게 보내고 왔다. 여러 신들과 상천(上天)의 중심지인 균천(鈞天)에서 놀았다. 천하의 모든 춤과 함께 광락(廣樂)⑦을 아홉 번이나 연주하였다. 삼대(三代)의 음악과는 같지 않았지만 그 소리는 내 마음을 감동시켰다. 곰 한 마리가 어디선가 나와서 나를 잡아가려 하니 상제가 나에게 활로 쏘라고 명했다. 곰이 화살에 맞아 죽었다. 다시 말곰이 나에게 다가와서 내가 다시 활로 쏴서 맞혀 죽였다. 상제가 기뻐하며 나에게 대나무로 만든 네모난 바구니 두 개를 주었는데 모두가 한 쌍씩이었다. 또 내가 보니 내 아들이 상제 곁에 앉아 있었다. 천제가 나에게 적(翟) 땅이 원산지인 개 한 마리를 주면서 ‘네 아들이 장성하거든 이 개를 주라!’고 말했다. 상제가 또 나에게 이르기를 ‘당진(唐晉)은 세월이 갈수록 점점 더 쇠약해져 이후7세에 이르게 되면 망하고 말 것이다. 영씨(嬴氏)의 섬진(陝秦)이 강성해져 주나라 사람들을 범괴(范魁)의 서쪽에서 크게 무찔러 천하를 차지하게 되나 섬진 또한 나라를 영원히 유지하지는 못할 것이다.⑧」

동안우(東安于)가 조간자의 말을 받아 적어 보관했다. 다시 동안우가 편작이 한 말을 보고하니 조간자는 그에게 전답4만 무(畝)를 상금으로 주었다.

그 후에 편작이 괵국(虢國)⑨을 지나가게 되었는데 그때 마침 태자가 죽었다. 편작이 괵국의 성문 밑에 당도하여 방중술을 좋아하던 괵국(虢國)의 중서자(中庶子)⑩를 만나 물었다.

「태자는 무슨 병으로 죽었습니까? 온 나라 안이 잡귀를 물리쳐 태자의 병을 고치려고 올리는 제사로 크게 소란스럽습니다. 」

「태자의 병은 혈액 순환과 호흡이 일정치 않아 서로 뒤엉키어 밖으로 내보내지 못하고 폭발한 결과 내상을 입어 생긴 병입니다. 정신으로 제어하지 못한 사기(邪氣)가 몸 안에서 계속 쌓여 밖으로 발산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양(陽)은 느리고 음(陰)은 급하게 되어 갑자기 쓰러져 죽게 되었습니다.」

「태자가 죽은 지 얼마나 되었습니까?」

「오늘 아침 새벽 첫 닭이 울었을 때였습니다.」

「시신은 염을 했습니까?」

「아직 안 했습니다. 태자가 죽은 지 아직 반나절도 안 되었습니다.」

「나는 발해(渤海)에서 온 성은 진(秦)이고 이름은 월인(越人)이라는 사람입니다. 발해의 정(鄭) 땅에 있는 집에 살면서 태자의 위광(威光)을 존경해 왔으나 아직 만나 뵙지 못했습니다. 태자께서 불행히도 돌아가셨다고 하나 제가 능히 살릴 수도 있을 듯합니다.」

「선생은 허망된 말을 하시지 마십시오. 어떻게 이미 죽은 사람을 살릴 수 있단 말입니까? 제가 알고 있는 바는 옛날 상고(上古) 시대 때 유부(踰跗)⑪라는 의원이 병을 치료하는데 탕액(湯液)이나, 예쇄(醴灑), 참석(鑱石), 교인(撟引), 안올(案扤), 독위(毒熨)⑫ 같은 기구도 없이 잠시 옷을 풀어 헤쳐 병세를 살폈으며, 오장의 수혈에 따라 피부를 잘라 살을 열어 막힌 맥을 소통시키고 끊어진 힘줄을 이었습니다. 뇌수를 안마하여 황막(荒幕)⑬을 씻어 통하게 하고 장과 위와 함께 오장도 깨끗이 씻어 정신을 다스리어 신체를 조정했습니다. 선생의 의술이 이와 같은 경지에 도달해 했다면 태자를 살릴 수 있다고 하겠으나, 할 수도 없으면서 태자를 살려낼 수 있다고 말한다면 어린아이인들 믿겠습니까?」

편작이 중서자의 말을 듣고 한참동안 대답하지 않고 있다가 이윽고 하늘을 쳐다보며 한탄의 말을 했다.

「대부께서 말한 의술이란 ‘대나무 구멍을 통하여 하늘을 쳐다보는 격이며 깨진 틈 사이로 아름다운 그림을 보는 일’⑭과 같습니다. 이 월인(越人)의 의술은 맥을 짚어보거나, 얼굴빛을 살펴본다거나, 소리 같은 것을 듣지 않고도 그 병이 어디 있는지를 말할 수 있습니다. 병이 양(陽)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그 음(陰)을 미루어 알 수 있고, 음(陰)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그 양에 대해 논할 수 있습니다. 병의 징후는 그 표면에 드러남으로 천리 밖에 나가보지 않아도 무슨 병이라고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경우가 지극히 많은데, 구태여 한쪽 편에서만 쳐다 볼 필요는 없습니다. 대부께서 나의 말을 진실되지 않다고 생각하시거든 한 번 시험 삼아 저로 하여금 진맥을 보게 하십시오. 마땅히 그의 귀에는 소리가 울리고, 코는 벌렁거리고 있음에 틀림없습니다. 그의 두 다리를 어루만지면서 음부에 이르게 되면 아직도 따뜻한 온기가 남아 있을 것입니다.」

중서자가 편작의 말을 듣더니 눈에는 현기증을 일으킨 듯 눈까풀을 껌벅거리지도 못하고, 혀는 입천장에 붙어버린 듯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깜작 놀란 표정을 지었다. 중서자가 궁궐 안으로 들어가 편작의 말을 괵나라 군주에게 고했다. 괵나라의 군주가 매우 놀라 궁궐 문 앞으로 달려나와 편작을 보고 말했다.

「평소에 선생의 명성을 들은 지 오래나 아직까지 존안을 뵐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선생께서 우리 괵(虢)과 같은 작은 나라를 방문해주시어 태자의 병에 대해 말씀해 주시니 변방에 치우친 나라의 군주와 신하들에게는 매우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이제 선생이 오셨으니 죽은 태자가 살아나겠지만, 만약 선생이 오시지 않았더라면 버려져 계곡을 메워 영원히 살아나지 못할 뻔했습니다.」

괵군이 말을 미처 마치지도 못하고 한탄을 하는데, 가슴이 막히고, 혼백과 정신이 흩어지 듯, 자꾸만 흐르는 눈물은 눈썹을 적시고, 스스로를 억제하지 못하여 얼굴 모습은 일그러져 비통한 마음을 멈추지 못했다. 편작이 보고 말했다.

「태자가 걸린 병은 소위 시궐(尸厥)이라는 이름의 병입니다. 그것은 양기(陽氣)가 음기(陰氣) 속에 들어가 위를 움직이고, 중경(中經)과 유락(維絡)⑮을 얽히게 하여 막히게 하고, 한편 삼초(三焦)⑯의방광 부분까지 내려앉았습니다. 그 때문에 양맥(陽脈)은 아래로 떨어지고 음맥(陰脈)은 위에서 다투며 회기(會氣)⑰는닫혀 통하지 못합니다. 음맥은 위로 올라가고, 양맥은 몸 속을 순행하여 아래로 내려와 고동은 하지만 일어나지 못하고, 음기는 바깥으로 올라가 끊어져서 음기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람의 몸 윗부분에는 양기와 단절된 락맥(絡脈)이 있고 아래에는 음기가 끊어진 적맥(赤脈)이 있습니다. 음기가 부셔지고, 양기와 끊어진 맥이 어지러워졌기 때문에 몸은 움직이지 않고 죽음과 같이 되었지 아직 완전히 죽은 상태는 아닙니다. 대체로 양이 음의 지란장(支蘭藏)⑱에들어가면 사람은 죽습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일들은 다 오장이 몸속에서 역상(逆上)할 때에 갑자기 일어납니다. 훌륭한 의원은 증세를 잡아내지만 평범한 의원들은 의심하고 위태롭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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