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어떻게 살릴것인가, 김준혁, 대통령, 정신건강, 빌클린턴, 소시오패스, 존슨대골든워터, 버섯구름,원폭, 임신중절, 안락사, 배아연구, 의료윤리, 82년생 김지영, 유전자편집

3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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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1부
의료윤리를 통해 듣는 나지막한 삶의 목소리
―영화와 소설이 말해주는 의료윤리적 진실

아픔은 나눌 수 있는 걸까?
『82년생 김지영』이 의학에 던지는 쓴소리
죽음을 말하는 방법
“문제는 삶이야, 바보야”
알츠하이머병 앞 우리의 삶과 죽음
유전자 편집과 삶의 가치
의사는 대통령의 정신건강에 관해 의견을 밝혀도 되나
모두 옳고 모두 그르다

2부
현대 의학이라는 고원
―문화를 렌즈 삼아 의료 시스템 이해하기

모든 사람은 거짓말을 한다?
좀비 세상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
언제부터 인간 신체는 상품이 되었을까
의학과 사회 중간에 선다는 것
더 인간적인 의학을 그리며

3부
병원과 환자 사이 징검다리를 건너
―은유를 통해 본 의료, 의료인, 병, 환자, 그리고 아픈 삶

전쟁을 앞두고 한판 춤사위 벌이기
백신과 의료화, 보호와 침해의 프레이밍
영웅과 희생양 양편 모두에 서 있는 의사
우리 삶, 질환과 더불어 사는 여행

맺는말

추천사
남궁인(응급의학과 전문의)
의료‘윤리’라니. 누군가는 의사들이 충분히 윤리적이지 않기에 이 학문이 존재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허나 이 학문은 선악을 구분하거나 진리를 제시 하는 것이 아니다. 유사 이래로 임신중절이나 배아 연구, 안락사 등의 첨예한 문제에 정답이 있었던가. 가까이는 죽음을 전하고 다루는 방식에 정답이 있을 수 있을까. 이 화두들은 생명이 있는 것처럼 태어나 시대에 따라 변화한다. 그래서 ‘윤리’를 탐구하는 이 학자의 글에 정답은 없다. 이 유예는 그가 합리와 정의에 가까워지기 위해 앞으로도 계속 궁구해나갈 것이라고 읽힌다. 그가 제시하고, 여러분이 살아 있는 한 계속 논쟁중일 이 화두들에, 한 발 더 가까이, 한층 더 깊이 다가가보기를.
- 『만약은 없다』 『지독한 하루』 저자 닫기
강신익
김준혁은 요즘 보기 드문 박식가이다. 자신의 주 전공인 치의학에서 시작해 의학과 의료 일반의 역사, 철학과 윤리, 교육에 대한 지식뿐 아니라 문학, 영화, 회화, 음악 등 본인이 체험한 예술에서 뽑아낸 다양한 재료를 배합해 만든 씨줄과 날줄로 현실의 문제들을 파악하기 위한 그물망을 짠다. 이제 그가 이 책에서 제공하는 촘촘한 ‘지식과 체험의 그물망’으로 어떤 지혜를 길어올려 어떤 ‘몸의 이야기’를 만들어갈지는 온전히 독자의 몫이다.
- 부산대학교 의료인문학교실 교수 닫기
책 속으로
삶에 존재하는 의외성 때문에 그것은 선물일 수 있다. 그 조건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다면 삶의 아름다움은 사라질 것이다. (81쪽)

드라마 하우스는 대중 매체가 우리 삶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의료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보여준다. 또 현대 의료를 약간 다른 관점에서 관찰할 수 있는 통로를 제공해 우리의 삶을 성찰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준다는 점에서, 드라마 읽기를 통해 우리의 몸과 질환이 규정되는 의학적 관점을 살피는 것 또한 서사 의학의 한 방법이다. 이야기를 의료의 관점에서 조망해나가며 질환과 사회, 삶과 의학이 중층적으로 얽혀 있는 복잡한 양상을 살펴보는 것은 하우스만큼 흥미로운 일이다. (123~124쪽) 닫기
출판사 서평
경험할 수 없는 타인의 상황을, 조건을, 생각을 반추할 가상의 집을
마음속에 건설하는 일에 대하여…
―몸과 마음과 사회는 절대적으로 연결돼 있다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부산행을 기억할 것이다. 좀비 바이러스가 창궐해 인구 절반이 좀비로 변한 상황, 부산에서 가까스로 백신을 개발해냈다. 그렇다면 이 백신은 누구에게 먼저 주사할 것인가? 백신 개발자와 군인이 먼저인가? 고위 공무원과 학자들인가? 미래를 만들어나갈 어린아이들을 후순위에 둘 수 있는가? 언제나 뜨거운 논쟁거리인 임신중절은 어떤가. 생명이 우선인가 여성의 선택이 우선인가. 생명이 우선이라면 그 생명은 임신의 어느 단계부터 생명이라 부를 수 있는가. 한편 ‘『82년생 김지영』의 내레이터로 설정된 남성 정신의학과 전문의가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와 같은 질문이나 ‘의사는 대통령의 정신건강에 관해 의견을 밝혀도 되나’ 같은 질문 또한 단정적으로 답하기 어렵다. 300쪽이 넘지 않는 이 책에는 이처럼 답 없는 질문으로 가득하다. 그러므로 더더욱 생각해봄직한 이슈들로 말이다.

이런 식의 답 없는 문제를 고민하는 것에 ‘의료인문학’이라는 이름을 붙여도 크게 틀리진 않을 것이다. 좀더 풀어보면 의료인문학은 의학과 사회, 제도와 문화, 개인과 개인의 결정과 선택, 도덕관의 충돌이 빚는 갈등을 고민하는 학문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157쪽)

책은 크게 3부로 나뉘어 있다. 1부에서는 의료윤리 이론을 역사적 맥락에서 살피고 영화와 소설을 통해 풀어낸다. 더불어 기존의 논의가 이론에서 그치지 않고 어떻게 삶으로 확장될 수 있는지 살펴본다. 가령 앞서 언급한 『82년생 김지영』의 남성 정신과 의사의 이야기는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사전에 규정한 자신의 이론에 환자를 맞추려고 함으로써 결국 분석에 실패했던 대표적 사례, ‘안나 오’와 ‘도라’의 이야기로 거슬러올라간다. 대통령의 정신건강에 관련한 질문은 미국 대선의 흑역사라 할 수 있는 ‘존슨 대 골드워터’,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았던 미 전직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과 ‘이란-콘트라 사건’에서부터 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한국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신건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까지 이어진다. 공시적 통시적으로 다양한 사례와 다양한 잣대를 폭넓게 살펴보며, 이 외에도 고통, 여성, 죽음, 낙태, 치매, 유전자 조작, 보호의 의무와 비밀 엄수의 의무, 정신질환과 주체의 문제 등을 다룬다.
2부에서는 의료 시스템과 병원의 현실에 대해 조망한다. 격리와 권리, 신체의 상품화, 온정주의와 소비자주의, 의료인의 감정 등을 다룬다. ‘감정적으로 초연하면서도 환자의 아픔에 진심으로 공감해주는 의사’라는 쉽지 않은 이상향 앞에 의사로서 가질 수밖에 없는 고민을 비롯해, 인공지능 왓슨이 암 진단을 돕는 세상에서 ‘더 인간적인 의학’이란 어떤 것인지 등에 대해 저자가 숙고한 바가 담겨 있다.
3부에서는 흔히 ‘문둥병’이라 불리는 ‘한센병’이 환자에게 찍는 ‘낙인’과 같은, 질병, 건강, 의학의 은유를 따져본다. ‘투병(鬪病)’, ‘질병과의 전쟁’ 등과 같은 표현도 한 예가 될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질병과 의학의 은유는 어떻게 이뤄져 있으며 이것은 의료 시스템과 어떤 연관성을 지니고 있는지에 대해 담았다.

‘햄버거병’은 좋은 은유는 아닌 것 같다. 그것은 일상의 친숙함을 무기로 잘못된 공포를 전파한다. 질병의 ‘전쟁’ 은유도 좋아 보이지만은 않는다. ‘전쟁’이라는 예외 상황은 모든 것을 허용하며, 따라서 ‘영웅’ 의사의 행위를 환자가 감내해야 한다는 식의 암묵적인 강요는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해롭기 때문이다. 답을 찾다보니 푸코의 ‘춤’으로 흘러왔다. 외부의 압력 속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만들어가는 개인은 숭고하기까지 하며, 이렇게 건강과 질병을 다시 생각해볼 수도 있다. 하지만 모두가 소설가 제임스 조이스의 표현처럼 “세속의 수도승”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기에 삶은 너무나 복잡하고 어렵다. 그 앞에서, 우리 서로 손을 붙잡아야 하지 않을까. (189쪽)

“우리는 모두 삶의 어느 순간 환자다.”(234쪽) 의사 작가가 사회를 바라보는 특유의 시선, 공동체의 건강한 삶에 기여하는 콘텐츠와 메시지에 주목하게 되는 이유다. 함께 건강해질 길을 모색할 때이다. 몸과 마음과 사회는 절대적으로 연결돼 있다.

서사 의학과 서사 윤리가 추구하고자 하는 것은 환자의 이야기, 의료인의 이야기를 더 주의깊게 파악,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이며, 그 이야기를 구체화할 수 있는 이해의 틀이다. 짧은 대화에서, 환자의 몸짓과 표정에서 질환이 드리운 그림자와 환자의 회복력이라는 햇살을 파악할 수 있다면 우리의 의료는 더욱 풍성해질 거라고 믿는다. (1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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