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years ago

1. 고전은 낡아빠진 것이 아니다.

이 책에서 언급하는 고전은 공자, 맹자 말씀이 주를 이룬다. 벌써 '공자왈, 맹자왈'을 떠올리며 고개를 저을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책이 절대 지루하지 않다. 오히려, 고전이 이런 거라면 재밌겠는데? 하는 근거없는 자신감을 심어준다.. 낡아 빠져서 닳아 사라지는 고전이 아니라 세월의 때가 묻어 더 빛나게 보이는 그런 보석같은 고전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아마도, 현 시점과 겹쳐지는 이야기들도 많고 통쾌하고 예리하게 써놓은 작가의 글들이 마음에 와닿아 어렵게만 여겨지던 고전을 달리 보게 한다.

p.96

2,300여 년 전 맹자가 왕도 정치의 덕목으로 꼽은 것 가운데 연좌제 금지도 포함되어 있다.

"죄인을 처벌할 때에도 그 처자식은 연좌제로 벌하지 않았습니다."

맹자, 양혜왕편 중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꾸었던 노무현에게 치졸한 연좌제 따위는 아무런 방회가 되지 않았다. 저열한 연좌제 따위를 뛰어넘어 사람을 본 것이다.

단체 기합을 받고 온 아이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고민하다 생각해낸 맹자의 구절과 그와 뜻이 통하는 일화를 이렇게 연결한 저자. 고전의 말씀들이 체화되어 있어 가능한게 아닐까 할 정도로 그 연결이 매끄럽다.

p.20

논어의 성격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잘난 체 영역'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적인 모습이 여실히 드러나는 '휴머니즘 영역'이다. 논어, 위정편의 이 구절은 명백하게 '잘난 체 영역'이다. 인간으로서 불가능한 일들 혹은 실행하기도 힘든 일들을 본인이 자기 입으로 '그 어려운 걸 해냈지 말입니다'라고 잘난 척하는 모양세다.

논어를 이런 시각에서 풀이하다니, 황당하면서도 마음이 놓인다고나 할까? 고전이라는 이름에 주눅들지 말고 내 기준으로 나에게 맞게 풀어낼 수도 있겠다는 자신감을 주는 대목이었다.

2. 바른 길 찾기

나의 경우 고전을 읽으면서 제일 많이 드는 생각이 바로 '무엇이 옳은 것인가?'였다. 옛날 이야기라고 하기엔 지금 우리가 고민하는 문제들에 대해 다룬 글들이었기 때문에 그 예전에도 통하던 진리는 지금도 그리 달라질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삶에서 한번 씩 길을 잃을 때 고전을 통해 바른 길을 찾아 보는 것이 아닐까 한다. 저자도 고전에 대해 그리 생각한 것 같다.

p.130

자장이 정치에 대해 물었다. 공자가 대답했다. "벼슬에 머물 때에는 나태하지 않고, 법을 집행할 때는 충심으로 해야 한다."

논어, 안연편 중

디케라는 여신을 아는가. 법정 영화에 자주 등장한다.(생략) 오른손엔 칼을 왼손엔 저울을 들고 있다. (생략) 그리고 대개 눈을 헝겊으로 가리고 있는데, 이는 주관성과 사사로움을 배제하고 공정하고 무사하게 판결을 내린다는 것을 상징한다.

이 구절을 제갈량과 그가 아낀 마속의 일화와 연결하여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끼던 사람이지만 법치와 공평무사를 위해 처형한 제갈량. 이에 비해 서초동 법원의 디케상은 눈도 가리지 않았고 오른손엔 저울 왼손에는 책을 들고 있어서 그리 '국민들 눈물 뽑는 판결을 내리는' 사이비법원으로 변질되었는지 의문이라는 일침을 날린다.

p.158

공자가 말씀했다. "유야! 자네에게 어떤 것을 안다는 것에 대해 말해주겠다.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 이것이 진정으로 아는 것이다."

논어, 위정편 중

여기에 자로와 공자의 일화를 더한다. 자로가 대나무는 절로 곧아 훌륭한 무기가 되는데 왜 굳이 학문을 배워야 하냐고 한다. 그러자 공자가 "하지만 화살 한 쪽에 깃을 달고 다른 쪽에 촉을 박으면 더욱 훌륭하지 않은가?"라고 답하여 자로가 공자의 제자가 된 이야기이다. 고분고분한 제자는 아니었지만 결국 군자의 모습을 잃지 않고 죽음을 맞이할 정도로 공자 밑에서 많이 배우고 고민한 자로. 배우는 이유와 자세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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