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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가르침은 이러한 인과의 법칙을 근간으로 한다. 초기불교의 12연기설에서 이미 나타난 인과에 대한 인식은 부파불교 시대에 가서는 육인(六因)·사연(四緣)·오과(五果), 표업(表業)·무표업(無表業)과 같은 더욱 정치한 이론으로 나타나게 된다. 특히 ‘선인선과(善因善果) 악인악과(惡因惡果)’로 대표되는 인과응보(因果應報)의 가르침은 불자들의 기본적인 도덕률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화엄학에서는 인과의 법칙을 응용하여 현상계의 모든 존재가 실은 별개가 아니라 일체라는 사사무애(事事無碍)의 가르침을 전개한다. 이를 논증하기 위해 사용되는 것이 인드라망, 혹은 인다라망(因陀羅網)이라는 개념이다. 인드라망의 구체적인 의미는 십현문설(十玄門說) 가운데 하나인 인다라망경계문(因陀羅網境界門)에서 나타난다. 이에 따르면 제석천, 곧 인드라의 궁전에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구슬들을 엮어 만든 구슬그물인 인다라망이 있다. 그 구슬 하나하나에는 우주 삼라만상의 형상이 투영되어 있다. 그런데 그 구슬들 하나 하나가 서로 원인이 되고 결과가 되어 무한히 반복적으로 서로를 투영하고 있다 보니, 각각의 구슬들에 투영된 우주 삼라만상의 형상 또한 중중무진하게 상호 투영되게 된다.

인드라망은 우주의 모든 존재는 무한히 얽혀 있는 인과 관계로 인해 분리 불가능한 일체일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인상적인 비유라고 할 수 있다. 올바른 불자라면 끊임없이 ‘나’와 ‘나 아닌 것’을 구분하려 드는 어리석음을 넘어, 이 복잡미묘한 세상을 장엄한 인드라망의 세계로 볼 줄 아는 혜안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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