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난 거짓말쟁이들 이야기를 지어내는 사람들 카이저 소제와 밥딜런

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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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넘의 예가 보여주듯 진실을 말함으로써 거짓말을 할 수 있다. 또 누군가를 속이지 않고도 거짓말을 할 수 있다. 스페인 내전을 배경으로 한 장 폴 사르트르의 단편소설 〈벽(The Wall)〉에서 파시스트에 의해 사형선고를 받은 죄수 파블로 이비에타는 교도관들로부터 그의 동료 라몬 그리스의 행방을 말하라는 심문을 받는다. 그리스가 사촌들과 함께 숨어 있을 것으로 잘못 알고 있던 그는, 그리스가 공동묘지에 숨어 있다고 말하면서 시간을 번다. 그러고는 교도관들을 속였다는 게 발각되면 금방이라도 자신은 처형될 것이라 생각하면 밤을 보낸다. 그러나 새벽이 밝아오자 그는 끔찍하게도, 간수들에게 말했던 바로 그 장소로 그리스가 옮겨갔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스는 공동묘지에서 체포되고 이비에타는 풀려난다. 이비에타는 교도관들을 속일 의도로 거짓말을 했지만 결과적으로 진실을 말했던 것이다.---p.26~27

탈와는 또 다른 ‘훔쳐보기 놀이’를 실시했다. 여기서 연구자는 놀이가 시작되기 전에 아이에게 짧은 이야기를 읽어준다. 그 이야기 중 하나가 〈양치기 소년〉으로, 소년이 반복해서 거짓말을 하는 바람에 양들과 함께 늑대에게 잡혀 먹는 내용이다. 또 다른 이야기로는 〈조지 워싱턴과 벚나무〉가 있다. 이 이야기에서 어린 조지는 자신의 반짝이는 새 도끼로 벚나무를 찍어 쓰러뜨린 잘못을 고백한다. 이야기는 아버지가 이렇게 말하면서 끝이 난다. “조지, 어쨌든 네가 그 나무를 찍어 쓰러뜨렸다니 기쁘다. 네가 거짓말 대신 진실을 말하는 것을 듣는 게 내가 1,000그루의 벚나무를 갖는 것보다 더 좋구나.” 탈와는 이어 실시된 놀이에서 이런 이야기들이 거짓말을 하려는 아이의 마음에 영향을 주는지, 만일 준다면 어떤 이야기가 더 효과적인지 알아내는 데 관심을 기울였다. 〈양치기 소년〉이 더 효과적이었을 것이라고 상상할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이 이야기는 무시무시한 벌을 받는 장면으로 끝이 난다. 그러나 실제로 이 이야기를 들은 아이들은 보통의 경우보다 거짓말을 할 가능성이 더 높았다. 이와 대조적으로 조지 워싱턴의 정직함은 아이들에게 본받으려는 마음을 불러 일으켰다.---p.58~59

2차 세계대전 중 영국 해군정보국 수뇌였던 존 고드프리 제독은 두 가지 서로 상충되는 정보가 제시됐을 때, 나치 지도자들은 항상 그들이 전에 세웠던 구상에 가장 잘 들어맞는 것을 믿는 경향이 있음을 알아차렸다. 히틀러의 장교들은 증거를 의도적으로 왜곡하고, 심지어 만들어내기까지 해 히틀러가 이미 믿고 있는 것을 확인시켜줬다. 스탈린은 국경에 독일 군대가 대폭 증강된 사실에도 불구하고, 1941년에 나치가 침공하려 한다는 사실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후세인 정권은 고드프리가 ‘희망 품기(withfulness)’(자신이 선호하는 것을 뒷받침하는 정보만 믿고, 상충되는 정보는 거부하는 경향을 말함-옮긴이)와 ‘무조건 따르기(예스맨십yesmanship, 실제로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어도 지도자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것을 말함-옮긴이)라고 식별한 단점에 시달렸다. 모두들 전 보건장관 리야드 이브라힘의 전설 같은 이야기를 알고 있다. 이란-이라크 전쟁이 최악의 상태로 치달았을 때 후세인은 장관들에게 솔직한 조언을 구했다. 이브라힘은 무모하게도 후세인에게 임시로 물러났다가 일단 평화협상이 주선되면 대통령직에 다시 앉는 것을 고려해보라고 제안했다. 후세인은 즉각 이브라힘을 끌고 나가게 했다. 다음 날 이브라힘의 토막 난 시체가 그의 아들에게 배달됐다.---p.228~229

어느 날 모르핀이 다 떨어졌을 때 아주 끔찍한 부상을 당한 병사가 들어왔다. 비처는 모르핀 없이 부상병을 수술한다면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심혈관 쇼크를 일으킬 것이라고 걱정했다. 하지만 다른 방도가 없었다. 자포자기 상태에서 어떤 간호사가 병사에게 소금물 희석액을 주사하고 그것이 마취제라고 생각하게 했다. 비처가 그다음에 목격한 것은 의학에 대한 그의 시각을 영원히 바꿔버리고 말았다. 고통에 몸부침치던 환자는 주사를 맞자 즉시 안정됐고, 모르핀에 반응하는 환자들과 똑같이 반응했다. 수술 도중 환자는 통증을 거의 느끼지 않는 듯했고, 본격적인 쇼크 증상은 보이지 않았다. 비처는 감탄했다. 간호사의 선의의 속임수가 가장 강력한 진통제처럼 작용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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