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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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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사랑, 그 행복과 비극 사이에서

1장 망각, 동양철학의 가능성
1. 기억에서 망각으로
2. 니체의 망각, 기억을 초월하려는 힘
3. 들뢰즈와 장자를 가로지르며
4. 중국철학에 있어서 망각의 의미
5. 동양적 사유, 그 가능성의 중심

2장 장자의 미학, 관조에서 창조로
1. 아름다움에서 숭고로
2. 구멍, 바람 그리고 바람소리
3. 울림을 내기 위해서
4. 비움 뒤에 남는 것
5. 마주침과 창조의 미학
6. 장자 미학의 가능성

3장 인테르메조: 장자로부터 백남준으로 혹은 백남준으로부터 장자로
1. 조삼모사 이야기의 숨겨진 논리
2. 장자의 ‘허심’ 그리고 백남준의 ‘황홀’
3. 아이, 새로움, 그리고 창조

4장 호접몽으로 장자가 말하려고 했던 것
1. 『장자』에서 가장 중요한 이야기
2. 송나라 상인의 아찔한 경험
3.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 할 두 가지 것
4. 호접몽 이야기의 비밀
5. 장자가 우리에게 말하고자 했던 것

5장 잃어버린 시간과 타자를 찾아서
1. 시간을 없애라!
2. 베르그손과 사르트르의 시간론
3. 레비나스, 되찾은 시간
4. 레비나스를 넘어서 장자로
5. 유아론적 시간의식을 넘어서

에필로그: 사랑과 기쁨의 삶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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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로고스의 빛을 찾아 어둠 속을 헤매던 서양 철학자들과 마찬가지로, 공자(孔子) 이래로 중국 철학자들은 평화와 행복으로 안내해줄 수 있는 안전한 길, 즉 도를 찾아 헤맸지요. 그러나 오직 장자만큼은 길이 미리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고, 길은 우리 자신이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라도 당돌하게 외쳤습니다. 장자에게서 길은 우리가 목숨을 걸고 만들어야만 하는 길, 그래서 우리의 피와 땀이 묻어 있는 흔적일 수밖에 없습니다.(pp.5~6)

장자의 사유를 통해 타자를 향한 사랑과 연대의 길을 찾다
지금 한국에서 강신주만큼 대중에게 인문학의 열풍을 불러일으킨 인물은 없을 것이다. 사실 이처럼 철학의 대중화를 이끈 강신주의 철학은 장자에서 시작한다. 장자의 전공자이기도 한 강신주는 장자로부터 배워야 하고 생각해야 할 것이 많다는 확신 때문에 장자의 정신을 모든 사람과 공유하고 싶다고 말한다. 이 책『망각과 자유』는 짧지만 깊은 밀도로 우리에게 장자 철학의 진수를 전해주며, 장자를 통해 삶의 여러 문제를 어떻게 돌파해나갈 것인지에 대한 실마리를 제시해준다.

로고스의 빛을 찾아 어둠 속을 헤매던 서양 철학자들과 마찬가지로, 공자 이래로 중국 철학자들은 평화와 행복으로 안내해줄 수 있는 안전한 길, 즉 도를 찾아 헤맸다. 그러나 오직 장자만큼은 길이 미리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고, 길은 우리 자신이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라도 당돌하게 외친다. 장자에게서 길은 우리가 목숨을 걸고 만들어야만 하는 길, 그래서 우리의 피와 땀이 묻어 있는 흔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장자가 만들라고 했던 그 길은 타자를 향하는 길로 우리는 타자에게로 건너가야 한다. 우리 인간은 타자와 사랑과 연대 없이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강신주는 장자가 우리에게 인문학의 정신이 인간에 대한 사랑에 있다는 점을 가르쳐주었다고 역설한다. 따라서 인문학의 위기란 결국 인간의 자유와 행복의 위기와 진배없다는 것이다.

강신주는 자유와 행복, 사랑과 연대를 향하는 도정에서 망각을 제시하는데, 망각은 우리 삶을 좀먹는 기억들과 싸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한다. 도대체 망각은 어떻게 우리의 삶이 더욱 행복해지고 풍성해질 수 있는 기제로 작동하는 것인가?

망각은 철학의 원대한 가능성이요, 사랑과 창조적 생성의 길을 열어준다
망각 하면 꽤나 부정적 의미로 다가온다. 지금 우리를 둘러싼 암울한 기억들은 인간의 사랑과 연대를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한다. 이런 기억들과 치열하게 싸울 때 인간은 자신의 존재 이유를 확보할 수 있다. 강신주는 장자가 망각을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주장한다. 오직 망각만이 우리 삶을 좀먹는 기억들과 싸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망각은 하나의 수단이자 통과의례이지 궁극적 목표가 될 수는 없다. 인문학의 최종 목적은 사랑과 연대를 가능하도록 하는 새로운 기억들을 구성하려고 노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랑은 타자, 자유, 고독을 함축하는 감정으로, 행복으로도 비극으로도 끝날 수 있다. 그것은 사랑하는 타자가 우리를 영원한 고독 속에 방치할 수 있는 자유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랑은 축복이면서 동시에 불행의 기원이기도 하다. 우리는 사랑하는 타자에 대한 선입견을 가짐으로써 근본적으로 타자의 자유, 즉 타자성을 부정하게 될 수 있다. 장자는 이것을 망각하고 비우라고 한다. 이때 망각은 타자를 사랑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자 사랑에게 빠진 우리가 비극에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제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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