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남았을까, 스티븐 존슨, 스페인 독감은 미국에서 시작, 미군, 앨버트기첼, 의사, 콜레라, 우유, 수돗물, 저온살균, 염소, 패혈증, 항생제, 안전벨트

3 years ago

목차
서론 | 무엇이 인간을 죽이고 무엇이 인간을 살렸을까

1. 긴 천장 -기대수명의 측정
2. 천연두 -인두 접종과 백신
3. 콜레라 -데이터와 전염병학
4. 우유와 수돗물 -저온살균과 염소 소독
5. 의약품 -약물 규제와 검사
6. 패혈증 -항생제와 제2차세계대전
7. 자동차 - 안전벨트와 산업 안전
8. 기아 -화학비료와 식량 공급 확대

결론 | 다시 찾은 볼라섬
책 속으로
이런 진보의 행진이 영원히 계속될 수는 없다. 스페인독감이 종식되고 거의 정확히 100년이 흐른 뒤에 나타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19(COVID-19), 즉 코로나19 팬데믹은 촘촘히 연결된 세계가 신속히 확산되는 감염증에는 여느 때보다 취약하다는 걸 떠올려주며 우리의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지금까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미국의 기대수명은 1년가량 줄었고, 아프리카계 미국인 공동체에서는 그 두 배가 줄었다. 한편 2020년을 휩쓴 코로나19 팬데믹은 두렵고 비극적이지만, 1918년 이후로 인류가 한 세기 동안 이뤄낸 발전을 가감 없이 증명하기도 한다. 1918년 팬데믹의 사망자 수에 비교하면,

네트워크를 강조하는 접근법은 무대에 더 많은 등장인물을 올리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천재의 기발한 발상을 강조하는 접근법과 질적인 차이도 있다. 따라서 우리의 이중적인 기대수명 역사를 추 해보면, 네트워크에서 어떤 ‘역할’이 반복해 나타나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예컨대 메리 몬터규는 궁극적으로 백신 접종으로 종결된 공동의 네트워크에서 두 가지 역할, 즉 새로운 아이디어가 사회에 뿌리를 내릴 때 거의 언제나 어떤 식으로든 행해지는 역할들을 해냈다. 첫째로 그녀는 다른 지역의 아이디어를 들여와, 그 아이디어가 지적이고 지리적인 경계를 넘게 해주는 ‘연결자(connector)’ 역할을 해냈다. 둘째로는 편지와 개인적인 영향력을 통해 그 아이디어가 영국 귀족 계급과 왕실에 알려지게 하는 ‘증폭자(amplifier)’ 역할을 해냈다.
_〈2장 천연두 -인두 접종과 백신〉 중에서

화이트헤드는 소호 지역에서 오랫동안 살았던 까닭에 그 지역의 사망자만이 아니라, 소호를 떠나 시골에서 사망한 지역민까지 추적할 수 있었다. 화이트헤드의 이런 공헌이 없었다면 스노가 브로드가의 콜레라를 추적해 조사했더라도 수인설이 옳다고 당국을 설득하지 못했을 것이고, 당시 지배적이던 독기설이 그 후로도 수십 년 동안 유지됐을 것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유의미한 사회 변화가 있을 때 흔히 그렇듯이, 물과 질병 간의 관계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크게 달라지는 데에는 각자 고유한 능력을 지닌 다양한 주역들이 필요했다. 예컨대 통계학자로서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한 윌리엄 파, 전염병을 추적해 지도를 그린 존 스노, 사회적 지능을 겸비한 헨리 화이트헤드 목사가 필요했다.
_〈3장 콜레라 -데이터와 전염병학〉 중에서

사실 이런 특효약들은 실제로 최근에야 개발됐다. 80년 전 만 해도, 즉 제2차세계대전이 시작되기 전에는 시장에서 판매되는 의약품의 압도적 다수가 그야말로 백해무익했다. 20세기 전반기에도 의약의 상황은 이상하게도 시대와 동떨어진 안타까운 모습이었다. 다른 많은 분야는 진보의 사다리를 올라가고 있을 때, 의약의 발전을 억누르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의약의 뒤늦은 출발은 여러 관점에서 설명된다. 그러나 가짜 약 판매를 법적으로 금지하지 않은 것이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였던 게 분명하다. 20세기에 들어서도 처음 수십 년 동안 제약 산업 전체가 거의 규제를 받지 않은 게 사실이다. 전문적으로 말하면, 제약 산업을 감독할 목적에서 1901년 설립된 ‘화학청(Bureau of Chemistry)’이라는 기관이 있었다. 이 기관은 훗날 FDA가 되지만, 초기에는 환자들이 효과적인 의학적 치료를 받도록 보장해줄 힘이 전혀 없었다.
_〈5장 의약품 -약물 규제와 검사〉 중에서 닫기
출판사 서평
팬데믹 한복판에서 탈출구를 찾는 지금,
우리를 살아 있게 해주는 것은 무엇인가?

코로나19 이외에도 인류는 여러 번 위험에 처했고, 그 위기는 감염병의 영역에만 한정되어 있지 않았다. 현재 필수재가 된 우유와 의약품, 자동차가 세상에 막 등장했을 때는 기대수명을 크게 떨어뜨리는 요인이었다는 걸 돌이켜보면, 인류는 매번 험난한 길을 헤쳐나와 지금까지 살아남았음을 알 수 있다.
천재 이야기꾼으로 회자되는 저술가 스티븐 존슨은 코로나19 팬데믹 한복판에서 현재 인류의 수명,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감염병과 치명률, 백신과 데이터학의 역할, 전염병보다 인간을 더 많이 죽게 만드는 요인 등에 대해 냉철하게 분석했다. 또한 인류 생존의 역사 뒤에 숨은 이야기들에 주목하여 그 속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법칙을 찾았다.

200년 전 천연두 백신이 나왔을 때도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수십 년 동안 사람들은 콜레라가 공기를 통해 전파된다고 믿었다?

반복되는 위기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결책을 찾았을까?
역사 속에서 찾은 인류 생존의 법칙, ‘네트워크의 힘’에 주목하라

천연두는 대피라미드 시대부터 인류를 죽음으로 몰아간 무서운 감염병이었다. 특히 어린아이들이 취약해서, 오랫동안 수많은 부모가 아이들을 먼저 보내야 했다. 그런데도 1796년 천연두 백신이 나왔을 때 많은 사람들이 백신 접종에 반대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반대하는 지금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은 논리로, ‘건강한 사람의 몸을 공격할 권리가 없다, 백신 접종 의무화는 국가에 의한 개인의 자유 침해다’라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결국 백신 접종은 전 세계적으로 이루어졌고, 천연두는 지구상에서 사라진 질병으로 1980년에 공식 선언되었다. 우리는 더 이상 천연두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어떻게 이러한 변화가 가능했을까?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미국의 토머스 제퍼슨 대통령이 백신 접종을 지지하며 백신법 제정에 힘썼고, 소설가 찰스 디킨스가 자신의 작품과 기고문을 통해 힘을 보태면서 서서히 분위기가 바뀌어갔기 때문이다. 천연두 백신을 만든 영국 의사 에드워드 제너만이 영웅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를 지지하고 퍼뜨리며 반대 세력을 설득한 사람들이 없었다면 우리는 아직도 ‘마마(??)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콜레라와의 싸움에서도 동일한 양상을 엿볼 수 있다. 세계 곳곳에서 여러 차례 발병하며 많은 사람들을 죽게 만든 이 감염병은 상당 기간 동안 ‘지저분한 공기에 의해 감염된다’고 오해받았다[독기설(毒氣說)]. 콜레라균을 현미경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이 없었기 때문이다. 진단이 틀리다 보니 대책도 효과가 없었다.
그런데 영국 의사 존 스노는 콜레라가 공기에 의해 감염되는 게 아니라 오염된 물에 의해 유발되는 질병[수인설(水因設)]이라고 주장했다. 1854년 런던 브로드가에서 콜레라가 창궐할 때, 그는 사망자의 거주 지역을 하나하나 지도에 표시해 발병 현황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 지도를 통해 사망자들이 동일한 수원지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마침내 펌프 손잡이를 제거하는 조치를 이끌어내 전염을 막기에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존 스노 역시 ‘독기설’이라는 고정관념과 싸워야 했고, 혼자만의 힘으로는 역부족이었다. 당시 그 지역에서 오래 살았던 헨리 화이트헤드라는 목사가 최초의 감염자를 찾아내고, 타 지역으로 이사간 뒤 사망한 사람까지 추적함으로써 스노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또한 그 시대에 활발히 활동하던 통계학자 윌리엄 파가 스노의 주장을 받아들여 다른 지역에서 발발한 콜레라를 잡으면서, 수인설이 확실하게 자리잡고 비로소 콜레라도 통제 가능한 질병이 되었다.
에드워드 제너, 존 스노가 혁신을 발견한 사람이라면, 토머스 제퍼슨 대통령, 찰스 디킨스, 헨리 화이트헤드, 윌리엄 파는 혁신을 전파한 사람이다. 어떤 혁신도 아이디어 하나로만 살아남지 못한다. 이를 지지하고 퍼뜨리고 반대 세력을 설득하는 사람들의 네트워크가 있어야만 살아남는다. 이러한 법칙은 다른 위기에서도 동일하게 작동하였다. 살균되지 않은 우유와 수돗물, 규제 없이 만들어지던 의약품, 안전 장치 하나 없이 판매되던 자동차가 수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있을 때 이를 멈추게 한 것은 의사나 화학자뿐만 아니라 통계학자, 목사, 언론인, 백화점 사장, 포목상, 비행기 조종사, 법률가 등 다양한 사람들의 네트워크였다. 이 책은 우리를 지금까지 살아 있게 해준 혁신들과 그 혁신을 성공시킨 네트워크의 역사를 보여준다.

우리는 또 한 번 살아남을 것이다
인류를 위협한 위기에 대처하며 얻은 ‘보이지 않는 방패들’

우리는 긴 투쟁의 역사 속에서 생존을 위한 ‘방패’를 얻었다. 천연두를 통해 백신을, 콜레라를 통해 데이터학과 전염병학을, 우유를 통해 저온살균법을, 신약과 자동차를 통해 약물 규제, 안전 규제를 발전시켰고, 그 결과가 지금 우리의 모습이다. 우리는 이 방패들에 힘입어 기대수명을 80세 넘게 연장시켰고, 코로나19 팬데믹은 과거 팬데믹보다 치명적인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스페인독감은 전 세계적으로 무려 1억 명, 당시 인구(18억 명)의 5% 이상을 죽였다. 한편 지금은 그때보다 4배나 많은 인구(78억 명)가 살고 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수는 1%에도 못 미친다). 결국 현재의 위기도 극복될 것이다. 지금까지의 역사가 그러했듯, 발전한 과학 기술과 선구자들의 설득, 정치적 행동, 정부 차원에서의 규제, 데이터 연구로 이루어진 네트워크에 의해 종식될 것이다.
다만 우리가 이러한 역사적 궤도를 잊고 있기에 이 위기가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는 절망감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다. ‘빌 게이츠가 대규모 백신 접종을 통해 마이크로칩을 우리 몸에 심고 있다’는 음모론이 난무하고, 마스크를 쓰는 단순한 행위에조차 노골적인 적대감을 드러내며 협조하지 않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할 일은 역사를 다시 확인하고 코로나19 종식을 위해 협조하는 한편, 코로나19로 사망한 사람들의 데이터가 보여주는 국가ㆍ지역ㆍ인종 간 불평등과 의료 사각지대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다. 다시 돌아올 감염병 유행에 대한 경계도 늦춰선 안 된다. 최근에 유행하는 감염병은 모두 동물로부터 발생하고 있는 만큼 동물 전염병 감시 시스템에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동물 감시 체계 ‘프레딕트’가 이미 마련되어 있으나 트럼프 행정부에서 중단시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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